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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이미 끝난 자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2019년부터 직접 시장을 경험해왔는데, 지금이야말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비트코인 ETF가 월스트리트의 금고로 들어오는 지금, 우리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어도 괜찮을지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달러패권 — 달러는 정말 흔들리고 있을까요
2022년을 기점으로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움직임이 눈에 띄게 노골화되었습니다. 탈달러화란 각국 중앙은행과 무역 결제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을 뜻합니다.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 이후 "달러를 준비 자산으로 보유하면 언제든 동결될 수 있다"는 신호가 전 세계에 퍼졌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안화 결제를 언급하자 미국 하원은 이례적으로 달러 관련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달러 환율이 오르내리는 것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환율은 그야말로 체중계 숫자고, 기축통화 지위는 몸의 건강 상태와 같습니다. 살이 조금 빠졌다고 병든 게 아니고, 살이 쪘다고 건강한 게 아니죠.
미국 GDP는 전 세계 생산의 약 2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주식 시장 시가총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훌쩍 넘습니다(출처: 세계은행 금융부문 데이터). 또한 스위프트(SWIFT) 결제망 기준 달러의 무역 결제 비중은 여전히 80~85% 수준입니다. 이 숫자들을 보면 달러가 당장 무너진다는 주장은 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중앙은행 엘리트들이 달러를 60% 보유하던 시대와, 전 세계 시민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선택하는 시대는 분명히 다른 국면입니다. 중국 엘리트들이 달러를 50~60%만 보유하는 동안, 중국 일반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 2022년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 → 탈달러화 움직임 가속
-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안화 결제 선언 → 미 하원 달러 청문회 개최
- 2023년 '지급 스테이블코인 명확화 법안' 논의 시작 → 달러 디지털화 전략으로 대응
-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99% 이상
스테이블코인 — 미국이 테더를 10년 만에 환영한 이유
제가 2019년에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을 때, 시장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공포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바로 테더(Tether) 리스크였습니다. 테더란 1개당 1달러와 교환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발행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쉽게 말해 암호화폐 세계의 달러 대리인입니다. 당시에는 "테더가 보유한 달러가 실제로 있기는 한 거야?"라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고, 비트코인이 크게 하락할 때마다 테더 위기설이 함께 돌았습니다. 저도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무려 10년 동안 테더를 압박하다가 2024년을 기점으로 태도를 바꿨고, 2025년부터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핵심은 미국의 국채 문제입니다. 미국의 연간 국채 이자 비용이 이미 국방 예산을 초과한 상황에서(출처: 미국 재무부 재정 데이터), 단기 국채 시장을 떠받칠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했습니다.
<br">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법안 조건에 따라 만기 3개월 미만의 미국 단기 국채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됩니다. 여기서 단기 국채(T-Bill)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채무 증권으로, 가장 안전한 현금성 자산으로 꼽힙니다. 테더가 이미 웬만한 국가보다 더 많은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맥락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한국 시민이 원화로 테더를 구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국내 은행에 있던 돈이 빠져나가면서 그 은행이 한국 국채를 매각하게 되고, 그 자금이 결국 테더를 통해 미국 단기 국채로 흘러들어 갑니다. 거시적으로는 제로섬 구조입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준비금 1:1 보유 여부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 구조가 미국 입장에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유리한지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크립토윈터 — 하락장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
비트코인에는 약 4년마다 반감기(halving)가 찾아옵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로, 공급량 증가 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시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반감기 이후 약 12~18개월은 가격이 침체되는 크립토윈터(crypto winter), 즉 암호화폐 시장의 혹독한 하락장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이 딱 그 구간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크립토윈터 때 가장 힘든 건 가격 하락 자체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었습니다. "그거 다 사기야", "삼성전자나 사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솔직히 흔들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 시기마다 조용히 매집한 사람들이 다음 사이클에서 웃었습니다.
지금 시장이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어 있는 건 사실입니다. SK하이닉스가 실적을 경신하고 삼성전자가 주목받는 동안, 비트코인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지금 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로빈후드가 나스닥 상장 주식을 토큰화하는 플랫폼을 출시하고, 온체인(on-chain) 방식으로 스페이스X·엔비디아 주식이 분산 거래되는 일들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실적 발표 못지않게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온체인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직접 기록되고 실행되는 거래 방식을 뜻합니다.
AI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회에서, 각국 정부는 결국 재정 건전성보다 지지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랑스의 연금 개혁이 수년간 사회 혼란을 일으킨 것처럼, 허리띠를 조이는 선택은 민주주의 정부에게 정치적으로 너무 비쌉니다. 그렇다면 법정화폐의 실질 가치는 장기적으로 희석될 수밖에 없고,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된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물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매수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상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하락장에 손해를 보고 매도해버리는 패턴을 끊는 것입니다. 크립토윈터는 매번 시장을 걸러내는 필터처럼 작동했고, 남은 사람들에게 다음 사이클의 과실이 돌아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테더(Tether)가 정말 1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A. 테더의 1:1 달러 준비금 보유 여부는 여전히 완전한 투명성이 확보된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미국이 지급 스테이블코인 명확화 법안을 통해 단기 국채 보유를 의무화하면서 제도적 감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2019년부터 이 리스크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는데, 지금은 미국 정부가 이 시장을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국면이라고 봅니다.
Q.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격은 무조건 오르나요?
A. 역사적 패턴상 반감기 이후 약 12~18개월의 침체기를 거쳐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되었지만, 과거 패턴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기관 투자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사이클의 진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단기 타이밍보다 구조적 변화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원화 가치에 영향이 있나요?
A. 개인 한 명의 구매가 직접 환율을 움직이지는 않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 시민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대량 구매할수록 국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고 한국 국채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원화 기반 금융 생태계가 받는 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나요?
A. 이미 해외 법인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RWq)을 발행해 외국 거래소에 상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내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외부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이 시사하는 건 규제로 막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결론
저는 지금 암호화폐 시장이 한국 주식 시장의 훈풍에 가려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이 시기가, 오히려 구조를 공부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온체인 자산 토큰화, 비트코인 ETF라는 세 가지 흐름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판이 자리를 잡고 나면 뒤늦게 진입하는 것은 넷플릭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뒤 OTT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 금융 시장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주식, 금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까지 시야를 넓혀두는 것이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크립토윈터일수록 소음이 줄어들고 공부할 공간이 생깁니다. 저도 계속 공부하면서 이 시장을 지켜보겠습니다.